[김형진] 당했다! 명예훼손에, 정보통신망법에, 네이버에…
미디어스 김형진/공공미디어연구소 교육팀장 mediaus@mediaus.co.kr
여기저기 개인정보를 입력하며, 받아 놓은 메일주소만도 여러 개다. 그 가운데 네이버 메일은 업무상 필요한 메일을 주고받는 계정으로 사용하며, 각종 메일링리스트에 가입되어 있는 계정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가끔 독일로 훌쩍 떠난 선배에게 안부 메일을 받는 것 말고는 그 흔한 스팸메일도 잘 오지 않는, 진짜 업무용 메일이다.
네이버로부터 날아온 유쾌하지 못한 이메일
그런데 지난 10월 23일 네이버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제목부터 꽤나 자극적이다. “[네이버] 고객님의 게시물이 임시 게재중단되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팅한 글을 “이창하 측으로부터 명예훼손을(를) 사유로 게시중단요청이 접수되었으며, 이로 인해 고객님의 게시글이 임시게재중단 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라며 네이버에서 ‘알아서’ 삭제를 했다는 일종의 통보였다. “네이버 게시중단조치는 이창하 측의 요청에 의한 조치일 뿐, 고객님의 게시글 내용이 반드시 부당하다거나 불법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라며 덧글을 붙여 놓은 것이 더욱 거슬린다. 어쨌든 개인 블로그에 포스팅한 글이 명예훼손을 했다는 사유, 정확히 표현하면 누군가가 명예훼손을 당한 것 같다는 요청으로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스스로 삭제한 일은 꽤나 유쾌하지 않다.
삭제·임시조치(정보통신망법) :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누군가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면 포털은 최대 30일까지 임시적으로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는 제도이다. 지난 9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입법예고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을 보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포털 등은 불법정보라 불리는 것들에 대해 모니터링을 해야 하며, 삭제·임시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에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포털에게도 민형사상의 책임을 부과하겠다는 의미로, 명분은 ‘클린한 인터넷 환경’이지만 이용자들의 정보를 감시하고,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옭아매려는 정부의 꼼수이자 ‘명예’있는 자들의 보호막에 불과하다.
운영에 있어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일종의 구제기간을 주기는 하지만, 사실상 게시자 모르게 글 자체를 삭제해버리고 난 이후 삭제된 글에 대해 재게시를 요청할 수 있다는 통보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참고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지난 초여름, 포털사이트 다음은 조중동 광고주 압박운동 관련 일부 게시물들을 동아일보의 요청으로 임시조치하였다. 그리고 지난해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이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주요 포털사이트가 이랜드 파업 관련 게시물 수십 건을 임시조치 했고(이용자들의 항의로 1주일 뒤에 복구), 삼성 코레노 민주노조추진위원회 카페가 폐쇄되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요청’은 ‘업무방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경우가 다반수이고, 거대 기업이나 국회의원, 정치인을 비롯해 흔히 가진 사람들의 ‘명예’를 위해서다.
여하튼, 여기에 당한 거다.
어떻게 할까? 우선, ‘이창하’부터 검색에 들어갔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창하’. 지난해 신정아씨로 불거졌던 학력위조 사건에 연루되었던 한 명이었다. 그이는 지난 5월 경 TV 아침 토크쇼에 나와 ‘한때는 자살기도까지 생각했었다’며 당시 학력위조 사건 때의 심경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학력위조 보도 비판글에 그의 이름이 들어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다면 이창하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사유로 게시중단 요청이 되었다는 그 불경한 포스팅을 찾아보기로 했다. 제목은 ‘무엇이든 꼬리를 잡아야 사는 미디어’. 이미 네이버에서는 삭제해버려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던 글이 다행히도 노트북에 있었다. 지난해 인권재단 ‘사람’에서 발행하는 <월간 사람>에 썼던 칼럼으로, 당시 학력위조를 다루는 미디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글이다. Ctrl+F로 ‘이창하’라는 이름을 검색한 결과는 어이가 없었다. 그 글에서 이창하씨를 언급한 것은 1번, 수많았던 문화계·연예계의 학력위조 명단 가운데,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일단 신문과 방송, 인터넷 포털을 뒤흔들고 있는 학력위조에 휘말리거나 혹은 고백, 의혹이 제기된 사람들” 가운데 그이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다. 결국 그 글은 그이의 학력위조 사실 여부에 대한 추궁이 아니라 이를 보도하는 언론매체의 ‘태도’에 대한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여하튼 대강의 상황을 파악하니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명예훼손 :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인 노력은 그 자체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은 아니다. 왜냐면 ‘명예’라는 것이 국어사전에 의하면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법상 명예는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한다고 한다. 따라서 형법상 명예훼손이 되려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지(認知)할 수 있는 상황에서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摘示)하여야 한다. 그 방법에는 제한이 없으며, 그로 인해 반드시 사회적 평가를 저하(低下)시켰음을 요하지 아니하고, 저하케 하는 위험상태를 발생시킴으로써 족하다”고 백과사전은 설명한다. 민법상 명예훼손은 “형법상 개념과 다르지 않고, 민법상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불법행위가 되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에서 적당한 처분을 명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그러나 비판을 해도 명예훼손, 욕을 해도 명예훼손, 자신의 주장과 다르다고 해서 명예훼손. 이랜드와 코레노의 경우 기업의 노동정책에 대한 문제점과 소비자 불만 글을 게시했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되었고, 필자의 경우는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그이의 이름이 글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명예훼손.
어쨌든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주장만 하고 나면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손쉽게 삭제될 수 있다. 글쓴이에게 항변의 기회라고 해야 하나, 최소한의 소명의 기회도 없이 말이다.
여하튼, 여기에 당한 것이다.
점차,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게시물로 인한 고객님들의 관련 피해를 최소화하고 온라인서비스제공자로서 법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게시중단요청서비스’라는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다”며 “만일 고객님께서 게시글에 대한 게시중단 조치가 부당하거나 근거가 없는 것이라 생각하시면 본 안내 메일이 발송된 날짜로부터 30일 이내에 게시중단된 게시글에 대하여 네이버에 재게시를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덧붙여 네이버는 재게시를 신중하게 생각해달라며 “게시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추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심리적 위협까지 잊지 않았다. 만성적 ‘귀차니즘’으로 굳이 삭제된 글에 대해 ‘재게시’를 요청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게 또 무슨 사람의 심보인지. 위협을 당하고 나니 “어디, 한 번 해보자는 거야?”는 오기가 치밀었다.
재게시 하려니 이번엔 인터넷 실명제가 발목
결국, 재게시를 요청하기로 하고, 관련 페이지로 찾아 들어갔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상황. 네이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 5(게시판이용자의 본인확인)에서 정한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시행에 따라 2007년 7월 27일부터 본인확인이 되지 않은 이용자는 인터넷 게시판에 게시물 작성이 제한됩니다”라며 제한적 본인확인제 시행을 위해 이름과 주민번호를 입력하란다. 아차차. 지난해부터 시행된 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따라 또 한 번의 실명확인을 요구했던 그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늘 “다음에 확인하기”로 응대했었는데, 재게시를 요청하려면 본인확인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동참하지 않은 대가로 게시물 추천도 못했고, 성인인증 사이트는 들어가지도 못했었는데, 이제와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제한적본인확인제(정보통신망법) : 제한적본인확인제는 인터넷 실명제의 다른 이름. 구 정보통신부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2006년에 국회에 발의, 당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2007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 공공기관 등과 정보통신서비스 유형별 일일평균 이용자수 10만명 이상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경우에는 게시판 이용자에 대한 본인확인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의 명분은 인터넷에서 비방과 욕설, 악플을 막기 위해 실명확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에 있다. 그러나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는 인터넷실명제에 대해 “모든 국민을 허위정보 및 타인에 대한 비방을 유포하는 자라는 사전적인 예단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명백한 사전검열에 해당하며 익명성에서 기인하는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와 여론형성의 권리를 제한하여, 세계인권선언 제19조와 헌법 제21조의 표현의 자유에 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본인확인 절차를 위해 개인정보와 같은 민감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프라이버시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해, 제한적본인확인제를 시행할 당시 인터넷 실명제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개인정보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게시글 삭제에 대한 임시조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즉, 삭제된 글을 살리기 위해서는 ‘제한적본인확인제’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하튼, 여기에는 당할 수 없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 네이버 블로그에 이래저래 주저리주저리 삭제된 게시글에 대해 소박한 품평을 써 놓고,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던, 블로그에는 삭제되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글을 다시 올렸다. 만약 다시금 네이버의 ‘통보’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또 올리는 수밖에. 이 방법만이 그릇된 제도에 대처하는 (비록 소극적이라 하더라도) 행동이다. 실천이다.
<덧 : 블로그 글 하나 삭제된 사연이 이리도 장황하다. 원래 억울한 사람은 말이 많은 법. 스크롤 압박인 인터넷 게시판의 구구절절 사연, 1시간도 모자란 민원전화, 했던 말 또 하는 술자리에서의 주정처럼 말이다. 그나저나 이창하 측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당하면 어떻게 하나.>







